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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2020 “7화: 샌더스와 민주당의 불편한 동거”를 올렸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샌더스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지”, 아니면 민주당 지도부와 중도 성향 후보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샌더스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는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샌더스로는 필패”라는 의견을 대변해준 아메리카노2020의 정치통 유혜영 교수가 훨씬 더 토론 준비를 잘해온 덕분(?)에 샌더스 후보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긴 것 같아서 시각의 균형을 맞춰보고자 다음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내일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에서 CNN과 함께 연 타운홀 미팅 요약본입니다. 타운홀 미팅은 후보자 토론회와 달리 후보 한 명이 많은 유권자들과 만나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입니다.
영상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합니다. 중간에 나오는 답변의 일부는 7화 에피소드에 이펙트로 넣기도 했습니다.
질문1: 당신의 정치 사상과 이념이 극단적(extreme)이라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극단적인 이념을 앞세운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많고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샌더스: 트럼프를 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데 동의합니다. 우선 계속해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시죠.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맞섰을 때 승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CBS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플로리다에서는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이끌어내자는 겁니다. 변화를 바라는 기대와 우리 캠프의 열정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높은 투표율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무기가 되어서 트럼프를 꺾는 데 쓰일 겁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캠프 선거운동원들은 노동자, 서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니라 트럼프 정권에 질려버린,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죠.
또 누구보다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계속 독려해 역사상 본 적 없는 높은 투표율을 꼭 만들어낼 겁니다. 기존의 문법을 따르던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층을 정치 과정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그 힘은 어마어마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향해 언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급진적이다’, ‘극단적인 이념’을 설파한다고 이야기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구체적으로 제가 주장했던 것들을 하나씩 나열해볼까요? 그리고 그 주장들이 과연 급진적인지, 과격한 것이었는지 볼까요?
최저임금을 시급 $15로 올리자는 주장이 급진적입니까?
부모의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면제해주자는 생각이 급진적입니까?
미국만 빼고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 아니 주요 국가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 전국민 의료보험을 미국에서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급진적인 프로파간다입니까? 제가 사는 버몬트주에서 100km도 안 가면 캐나다 국경이 나옵니다. 캐나다는 아시다시피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립니다. 정부가 이를 보장해주죠. 그런데도 의료, 보건에 드는 비용은 일인당 미국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미국도 이런 제도를 갖추자는 게 급진적인 사상입니까?
기후변화는 책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자는 주장이 급진적입니까?
(객석에서는 (아마도 샌더스 지지자들이) 모든 질문에 “아니요!”라고 외침)
질문2: 후보께서 하시는 말씀, 그리고 공약을 들으면 정말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4년 전에 지지자들에게 꽤 많은 공수표를 날렸어요. 예를 들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고 수없이 말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샌더스의 대표 공약으로 꼽을 만한 공립대학 무상교육, 전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을 정말 실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겠다는 계획이 있는 겁니까?
샌더스: 물론 있습니다. 먼저 최근에 저명한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이 논문을 참고해주세요. 논문은 오늘 밤에 제 웹사이트에도 올려둘 계획입니다. (논문의 주저자인 예일대학교 감염병 모델분석센터장 앨리슨 갈바니 교수는 샌더스 후보 캠프의 비상임 고문이며, 보수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논문의 요점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현재 65세 이상에게만 적용되는 메디케어를 전국민에게 확대해 적용하면 미국 전체로 봤을 때 의료, 보건에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연간 4500억 달러 아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밖에도 공립대학이나 직업학교 등록금을 면제하는 것뿐 아니라 지나친 학자금 대출 때문에 고통받는 젊은이들을 위해 모든 학자금 대출도 상환 없이 청산할 겁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한줄로 요약해 말씀드리면 월스트리트에서 자본을 불리는 수단으로 횡행하는 투기에 많지 않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새로 거둘 겁니다. 12년 전 월스트리트 금융 기관들은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았죠. 저는 그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요, 이제 미국인이 최소한의 권리, 즉 교육받을 권리, 건강하게 살 권리를 위해 월스트리트에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질문3(진행자 CNN 앵커 크리스 쿠오모): 다음 시민을 만나보기 전에 제가 이어서 질문 하나만 할게요. 지금 주신 논문의 초록, 요약본을 보니까 45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좋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후보께서 주장하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는 데 드는 비용 30조 달러에는 한참 모자라보이는데요?
샌더스: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 민간 의료보험 제도는 제약회사, 보험회사, 그리고 병원들이 끊임없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고 그 비용을 환자와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선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건강과 아팠을 때 치료받아야 할 권리가 시장 논리에 따라 건별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 지금의 상황을 바꿨을 때 줄일 수 있는 비용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비용을 정산할 때 행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그런 거죠. 정부가 의료보험을 제공하게 되면 이러한 행정 비용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30조 달러라는 가격표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복잡한 계산을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말씀드린다면, 지금 미국 평균 가정의 가계 소득이 연 6만 달러인데, 이 가운데 의료비로 나가는 돈만 12,000달러예요. 소득의 20%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죠. 자, 제가 제안하는 전국민 의료보험 안에서 가계 소득 연 6만 달러의 평균 가정이 내야 하는 건 의료보험료 4%입니다. 6만 달러의 4%, 아니 첫 2만 9천 달러는 세금 공제가 되기 때문에 3만 1천 달러의 4%, 약 1,200달러만 내면 됩니다. 그렇게 내는 보험료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온갖 명목을 붙여 보험사와 나눠 내고, 보험사가 보장해줄 수 없는 약을 쓰면 또 약값 따로 더 내고 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고용주도 지금 민간 보험을 통해 직원들의 의료보험을 보장해주는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급여세(payroll tax)로 내면 됩니다. 기업들에도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사안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했던 프리미엄도 전국민 의료보험에서는 엄격히 제한하고, 개인이 내야 하는 처방약 약제비는 1년에 200달러를 넘지 못합니다.
질문4(쿠오모): 최근에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셔서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를 향해 “카스트로가 쿠바에서 한 통치 행적을 전부 다 나쁘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하셨죠, 이 발언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장 플로리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도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내셔야 할 텐데, 플로리다주를 대표하는 민주당 의원들(플로리다에는 쿠바 이민자들이 많이 삼)이 샌더스 후보의 발언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샌더스: 자,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에 혁명을 성공해서 집권한 다음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뭐였는지 아시나요? 문맹을 퇴치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쿠바 사람들 가운데 글을 읽지 못하고 못 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문맹 퇴치를 중요한 기치 가운데 하나로 내건 거죠. 저는 그걸 잘 했다고 한 겁니다.
저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권위주의 정권, 독재 정권, 전제 정권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해왔습니다. 쿠바, 니카라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러시아 모두 다 여기에 포함됩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그 어떤 권위주의보다 훌륭한 제도라고 믿습니다.
중국을 예로 들어볼까요?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권위주의 국가고, 권위주의 속성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죠. 그렇지만 어쨌든 중국이 이룩한 경제 성장 덕분에 극빈층의 숫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든 나라가 중국이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권위주의는 잘못된 거지만, 그 나라가 이룩한 성과는 좋은 거라면 또 그대로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쿠오모: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여전히 지금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카스트로는 명백한 독재자에 시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은 감금하고 처형한 범죄자인데, 어떻게 그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느냐고 한다면요?
샌더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어떤 인물, 사회, 정권,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고, 당연히 저와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그건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다만 명백히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정하고 덮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