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듣기
아메리카노 2020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미국 대선을 ‘제대로 알고 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개념으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제도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대선 선거인단 538명이 누구인지, 어떻게 구성되는지, 왜 어떤 주는 대통령 후보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어떤 주에는 그렇게 공을 들이는지 이해하신 여러분은 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비롯해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접하실 때 가장 핵심적인 큰 줄기의 맥락을 꽉 잡고 보실 수 있게 됐습니다.
선거인단과 관련해 어떤 글을 올리면 좋을지 고민하다 SNL이 지난해 12월 방영한 오프닝 콩트가 떠올랐습니다. 팟캐스트 내용을 복습하는 의미에서 응용문제 푸는 마음으로 함께 보시죠.
아래 콩트의 줄거리를 정리했습니다.
* 눈사람(사회자): 미국이 정치적 이념의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오늘 준비한 다음 세 가족의 대화를 곰곰이 들어보시면, 미국 사회가 분열됐다고 속단하기에는 닮은 점, 공통점이 정말 많다는 걸 똑똑히 확인하시게 될 겁니다. 함께 보시죠~
(모임 1: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 San Francisco, CA)
의회가 드디어 트럼프를 탄핵했다!
도대체 범죄자 xx 하나 내쫓는 지극히 상식적인 절차를 밟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네.
헌법을 우습게 여기고 짓밟았으니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지, 암만!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아직도 탄핵이 지나치다는 둥 헛소리하는 정신 나간 사람은 없겠지?
(모임 2: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 / Charleston, SC)
맙소사, 이것들이 진짜 트럼프를 탄핵했어.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 대통령한테 어떻게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리지?
뭐든 척척 해내는 능력자한테 질투가 났나 보지.
민주당 놈들, 선거에서 진 게 분하니 쿠데타라도 일으키고 싶었던 거야!
다음 선거에서 진짜 트럼프한테 압도적인 표를 몰아서 힘을 실어줘야 해. 탄핵에 찬성하는 놈들 찍소리도 못하게 말이야.
(모임 3: 애틀란타, 조지아 / Atlanta, GA)
(정치 얘기는 안 하고 영화, 예능 얘기만 하자 아들이 차라리 다른 집처럼 정치 얘기라도 하자고 한다. 여기에 아버지는 시니컬하게 이렇게 말한다.)
정치 얘기해서 뭐해? 어차피 어떻게 될지 뻔한 거 아냐? 트럼프가 (하원에서) 탄핵당하겠지, 그리고? 압도적으로 재선되겠지! 물어 뭐해?
(아들이 요즘 분위기도 이런데 사람들이 트럼프 찍겠냐고 묻자 아빠는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누구, 백인들 말하는 거야? 아, 오래전이라 까먹으셨나 모르겠는데 2016년에 어땠는지 기억 안 나? 주변에 트럼프 찍겠다는 사람 진짜 없었어. 근데 투표함 까보니 어땠어? 백인들은 죄다 트럼프 찍었잖아!
세 가족의 구성을 보면, 분명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 있습니다.
- 모임 1의 가족은 아시안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 (트럼프가 너무 싫은) 당연한 민주당 지지자들. 다같이 기도할 때 찾는 신도 ‘아버지’가 아니라 성별이 없는 양성평등한 신(gender-neutral spirits)입니다. 정치적 올바름(PC)이 중요하죠.
- 모임 2의 가족은 백인,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 기도할 때는 미국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미국의 예수님(Original American Jesus)을 부릅니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NFL(미식축구) 경기 전 미국 국가가 나올 때 무릎을 꿇던 선수들은 꼴 보기도 싫습니다.
- 모임 3의 가족은 흑인, 오바마 퇴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 급락. 기도할 때도 역사적으로 정확한 피부가 검은 예수님(Historically Correct Black Jesus)을 찾습니다.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식축구 쿼터백 포지션에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자 대표적인 보수주의자인 백인 선수 톰 브래디를 성적으로 뛰어넘는 흑인 쿼터백 선수가 많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공통점을 잘 찾아보세요~
(모임 1: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 San Francisco, CA)
한 번 생각해 봐. 오바마가 트럼프가 한 짓의 절반, 아니 반의반이라도 비슷한 일 했으면 이미 탄핵당하고도 남았을걸?
민주당 후보 중에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누가 되든 당연히 트럼프가 백악관에 4년이나 더 있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
(모임 2: 찰스턴, 사우스캐롤라이나 / Charleston, SC)
사실 오바마 때 얼마나 끔찍했냐? 그런데 그때는 탄핵의 ‘탄’ 자도 안 나왔잖아.
트럼프 정책이 다 좋은 건 물론 아니지만, 지금 나오는 저 민주당 후보들 다 트럭으로 데리고 와도 트럼프 발끝에도 못 미치지.
(모임 3: 애틀란타, 조지아 / Atlanta, GA)
솔직히, 오바마가 8년 동안 암살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확실히 신의 가호가 있긴 있었어.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에 관심 가는 후보가 한 명 생겼어. 피트 부티지지! (일동 1초간 갑분싸 후) 어때? 농담 괜찮았어? 하하하 (* 부티지지는 흑인 지지율이 매우 낮음. 아메리카노 2020 다음 에피소드 참조:)
사회자(눈사람)가 정답을 공개합니다.
세 가족의 공통점, 여러분은 찾으셨나요?
마지막 힌트를 드리자면, 이 세 가족이 사는 주를 주목해 주세요.
캘리포니아(CA), 사우스캐롤라이나(SC), 그리고 조지아(GA).
정답을 공개합니다.
** 세 가족이 던지는 표는 대선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
위의 세 주 가운데 선거에서 중요한 스윙스테이트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죠.
2016년 대선 득표율을 살펴보면 (주 옆의 괄호 안은 선거인단 숫자)
- 캘리포니아(55): 민주(62%) v 공화(32%)
- 사우스캐롤라이나(9): 민주(41%) v 공화(55%)
- 조지아(16): 민주(46%) v 공화(51%)
조지아 정도가 그나마 득표율이 비슷해 보이지만, 조지아주도 공화당이 이변이 없는 한 승리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분류됩니다.
눈사람의 마지막 정리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 가족이 사는 주는 대선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11월 3일까지 이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정치 이야기를 하며 열을 올리겠죠. 정작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건 위스콘신의 1천 표가 될 거예요. 선거 날 아침이 되어서야, ‘맞다, 오늘 대통령 뽑는 날이었지?’ 생각해 낼 만큼 정치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는 쪽이 대통령에 당선될 겁니다. 선거인단이라는 마법 같은 제도 덕분에 이렇게 된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