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와 반독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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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 기업의 등장은 항상 막아야 할 일일까요?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좋은 집중화’는 없을까요? 생산성 혁신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로 독점 기업과 정부의 반독점 규제라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마침 한국에서도 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도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빅테크에 대한 규제 논의가 한창입니다.

지난 화 소개글에도 링크를 올렸던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다뤘고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의 리나 칸(Lina Khan) 위원장이 2017년에 쓴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뤄보려 합니다. 아래 논문 초록을 옮겨둡니다. 미리 읽어보시고 다음 에피소드를 들어주시면 가장 좋겠지만,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려운 분들은 초록만 훑어보시고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초고. (2017년 페이퍼)

아마존은 21세기 상업 시장에서 가장 큰 거인이다. 처음엔 소매업 분야의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이제는 마케팅 플랫폼이자 물류, 배송 네트워크, 결제 서비스, 신용 대출, 경매, 출판, TV쇼와 영화 제작, 패션 디자인, 하드웨어 제조, 여기에 가장 큰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 운영까지 모두 맡아 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금껏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지만, 이윤은 거의 내지 않았다.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서비스와 상품 가격을 비용보다도 낮게 책정하는 약탈적 가격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아마존은 진출하는 분야마다 업계를 장악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아마존은 이커머스의 중심이 되었고, 이제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 분야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든 아마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마존의 기업 구조와 사업 전략 곳곳에는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 즉 반독점 혐의가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마존은 무사히 반독점의 법망을 피해왔다.

이 글은 현재 우리의 반독점 패러다임으로는 오늘날 경제에서 시장의 권력이 누구 손에 있는가,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독과점 공급자가 설정한 가격이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소비자 복지(consumer welfare)”라는 좁은 개념에만 입각해 경쟁 여부를 판단하고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단순히 가격 측면에서만 경쟁과 독점 여부를 판단하면, 아마존이 끝없는 팽창을 통해 이룩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어떻게 경쟁을 막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현재의 규제 패러다임은 약탈적 가격 정책이나 서로 다른 분야에 걸쳐 사업을 통합, 합병하는 식의 확장이 어떻게 경쟁을 저해하는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특히 시장경제의 수많은 부문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 제대로 된 반독점 규제 패러다임의 부재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첫째, 플랫폼 경제에서 기업은 당장 이윤을 내기보다 끝없이 외연을 넓혀 성장하는 편이 낫다. 주주와 투자자들도 그 편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보장해주는 걸 알다 보니, 기업에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가능하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플랫폼, 독점적 공급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이때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기업은 자연히 약탈적 가격 정책을 편다. 문제는 지금의 규제 패러다임이 약탈적 가격 정책을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취급해 고려조차 하지 않는 데 있다. 독점 공급자가 되면 가격을 올려 독점 이윤을 취하는 게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지금의 패러다임은 약탈적 가격 정책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둘째, 플랫폼 경제에선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핵심적인 중개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직접 사업체나 서비스를 인수ㆍ합병해 경쟁에 뛰어들면, 플랫폼의 경쟁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건 인프라를 이용하는 기업의 각종 정보를 자연스레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이 경쟁사의 정보를 자회사에게 제공한다면 그 자회사는 자연히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갖게 된다.

이 글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의 다양한 측면을 살폈다. 글을 통해 아마존의 사업전략, 특히 아마존의 구조와 행위가 어떻게 경쟁을 가로막거나 우회했는지, 또 현재 우리의 규제 패러다임이 왜 이를 미리 파악하고 제재하지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커진 아마존의 권력을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전통적인 반독점, 경쟁 촉진 정책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마존에 과거 공유 운송사업자로서의 철도(common carrier railroad)에 지웠던 의무를 마찬가지로 지우는 것이다. (철도 회사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힌 석탄은 운송할 수 없었다. 당시 의회가 반독점 규제를 세울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철도 독점 자본이 석탄까지 장악하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플랫폼 경제와 반독점(1)”에 대한 한 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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